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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이어 ‘자산가 현금 보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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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98%가 5000만원 이하…사실상 상위 2% 현금부자 특혜 논란           
여, 서민 자산 증식 ‘궤변’…예금 보험료 올라 되레 이자 부담 증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겠다는 국민의힘 총선 공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세웠지만, 현금부자 상위 2%를 위한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면 금융기관의 보험료율이 올라가 궁극적으로 대출 이자 등의 형태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소지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이름의 총선 공약집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3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예금자보호 한도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통해 금융기관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고,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기존 소액 예금자의 자산 증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금융회사가 망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돌려주는 최대액수를 말한다.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저축은행·보험회사 등에서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쌓아놓다가,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예금자에게 지급한다. 한도는 2001년 1월 이래 현재까지 500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간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이자는 이야기는 여야 할 것 없이 자주 거론됐다. 이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1563달러에서 2022년 3만2410달러로 2.8배 치솟는 동안 예금보호 액수가 요지부동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 비율이 한국은 약 1.2배에 그치는데, 이는 미국(3.1배)이나 일본(2.1배)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다만 국제 기준상으론 예금보험 한도를 설정할 때 1인당 GDP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다. 보호받는 소비자 비중이다.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는 예금자보호 한도 관련 지침에서 예금자 90~95%가 보호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업권에 상관없이 현행 한도 5000만원 내에서 보호받는 소비자 비중이 국제기구 권고치에 부합한다. 2023년 9월 기준 소비자보호 비중은 은행 97.8%, 금융투자 99.7%, 생명보험 93.9%, 손해보험 99.4%, 종합금융 94.1%, 상호저축 97.2% 등에 달했다. 즉 예금 보유자 가운데 5000만원 넘게 넣어둔 사람은 100명 중 5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며 “한도 상향의 편익은 소수 5000만원 초과 예금자(1.9%)에만 국한될 수 있다”고 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올라가면 예보료율이 올라가 금융기관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올라간 보험료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대출이자율 등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도 금융위는 한도 상향에 소극적이다. 업계에선 국민의힘이 내다본 ‘보호한도 상향→금융기관별 금리 경쟁 촉진→소액 예금자 자산 증식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낮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처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 등이 높은 상황에서는 단순히 보호 한도가 올랐다고 1금융권 예금자가 저축은행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도를 올리더라도 은행, 저축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능력, 위험 부담 여력 등에 따라 한도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든 업권의 보호 한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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