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요국 증시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급락해 대규모 ELS 낙인 우려를 키웠던 홍콩H지수 기반 상품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주요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ELS 조기상환금액은 13조57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10조9153억원)에 비해 24% 늘어났고 지난해 상반기(6조9212억원)에 비해서도 급증한 수치다. 월별로 살펴보면 ELS 상품들의 수익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월 6%대에 불과했던 조기상환 ELS들의 평균 연환산 수익률은 지난 3월 7.14%, 4월 8.23%, 5월 8.78%로 상승했다.

국내 ELS 상품은 90%이상이 기초자산이 주가 지수에 기반한 지수형 상품이다. 특히 유로스톡스50, S&P500 기반 상품이 주를 이루는데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글로벌 주가 지수들이 대부분 상승하면서 ELS상품들이 대거 조기상환된 것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히 2차 조기상환 종목의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2분기 조기 상환 대상이 되는 ELS는 작년 4분기에 발행한 물량으로 기준 가격 자체가 매우 낮다”고 조기상환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조기상환된 ELS 중에는 홍콩H지수와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유형이 다수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거 녹인 우려를 촉발했던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조기상환된 주요 ELS 유형 10개 중 홍콩 H지수가 포함된 상품 유형은 총 3개다. 평균 연환산 수익률은 평균 8.8%다. 해당 상품들이 조기 상환되는 데 걸린 평균 실현 기간은 8.3개월로 주로 지난해 9월 발행된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은 H지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5900~6600을 기록한 시기로, 최악의 시기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짭짤한 수익을 낸 셈이다.

이달과 지난달에는 테슬라 한 종목만 기초 자산으로 한 ELS도 상환금액 상위 10개 유형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수익률은 연 19.28~23.15%를 기록했다. 조기상환까지 걸린 기간은 3~4개월로 대부분 연초에 발행된 ELS가 최근 조기상환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ELS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대부분 수익을 거뒀으나 H지수 기반 ELS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LS는 지수가 박스권을 유지할 때 투자하기 유리한 상품으로, 다른 지수나 테슬라의 경우 직접 투자하는 편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H지수는 25일 현재 지난해 10월말 기록했던 4900선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6300대를 유지하고 있어 직접 투자 보다는 ELS를 통한 투자가 수익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다음달까지 ELS 조기상환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LS 상품의 조기상환 여부를 보려면 상환 판단 시점으로부터 6개월전 발행가가 중요한데 지난해 12월 코스피 지수는 현재 수준(2500대)보다 낮은 2200~2400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거꾸로 하반기부터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 영향으로 주요 주가지수들의 움직임에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며 “ELS 투자에도 유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파생 상품이다. 보통 1~3년으로 만기를 설정하고 3개월·6개월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평가하는데 이때마다 주가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이 자동 상환된다. 주가가 크게 하락해 ‘녹인배리어’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한 정도만큼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투자자는 조기 상환을 노리고 투자한다. 즉 조기상환이 됐다는 것은 기초자산이 평가 시점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를 유지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