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소파에 앉아서 하는 것”…또 다시 신경전 벌이는 두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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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선ATM매니저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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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공개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 = 연합뉴스]‘앙숙’으로 유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양대 거물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을 놓고 다시 한번 격돌했다.
메타의 저커버그 CEO는 애플이 최근 선보인 헤드셋이 사용자간 상호 작용을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으며 “혼자 소파에 앉아서 하는 기기”라고 혹평했다. 앞서 애플의 팀 쿡 CEO가 “메타버스가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메타의 주요 서비스를 호되게 깎아내린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 메타 CEO는 사내 전체 회의를 열어 “메타버스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비전은 사회적이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게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보다 활발히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커버그 CEO는 “하지만 애플이 연례개발자대회를 통해 보여준 모든 데모는 헤드셋을 쓰고 혼자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것이 컴퓨터의 미래 비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비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저커버그 CEO가 이처럼 애플과 대립각을 세운 까닭은 헤드셋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 때문이다. 메타는 확장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로, 애플은 모바일 컴퓨팅을 넘어선 공간 컴퓨팅으로 각각 헤드셋을 밀고 있다. 특히 이날 저커버그 CEO는 애플의 헤드셋을 값만 비싼 제품으로 평가했다. 그는 “애플 관련해 좋은 소식은 메타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법칙이나 물리적 제약에 대한 ‘마법적’인 해결책이 없었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플이 무엇을 내놓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낙관하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5개의 센서 12개의 카메라 등을 장착한 애플의 고성능 헤드셋 ‘비전프로’가 최소 3499달러(약 453만원)로, 메타의 고성능 헤드셋 ‘퀘스트 프로’ 999달러(129만원) 보다 3.5배 비싼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동안 애플의 쿡 CEO는 메타가 추진하는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해 비판을 한 바 있다. 그는 작년 10월 메타버스에 대해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타버스로 구축한 VR은 정해진 시간 동안에 몰입하는 것이지, 소통이 잘 되는 방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그는 “AR이야말로 수년간 미래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약속”이라면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듯, 곧 AR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쿡 CEO는 자사의 헤드셋을 공개하면서 AR 플랫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이 구현하는 AR이 메타가 만든 VR 보다 더 미래 지향적이라는 메시지다. AR은 실제 환경에 3차원 가상의 사물(객체)이나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확장된 현실에 가깝다. 반면 VR은 실제 환경 보다는 몰입을 중시하는 가상 현실이다.

쿡 CEO는 지난 4월에도 메타와 구글에 날을 세웠다. 그는 ‘메타의 VR 헤드셋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데 애플이 성공할 수 있냐’는 말에 “사람들이 의심했던 분야에서 애플이 성공을 거둬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플 스스로 핵심 기술을 다루기를 원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물건을 조립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애플은 그것이 혁신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와 비교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또 그는 애플의 기술이 오히려 의사소통 면에서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쿡 CEO는 “AR 기술 자체를 생각해 보라”면서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세계와 겹쳐놓을 수 있다는 개념은 사람들의 의사소통과 연결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앉아서 브레인스토밍하다가 갑자기 디지털 방식으로 뭔가를 가져와서 볼 수도 있고, 공동 작업도 협력도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거물의 신경전은 2018년 개인정보 논란이 거셌을 당시에도 뜨거웠다. 기업들의 ‘개인정보 장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쿡 CEO는 “규제는 불가피하다”며 메타(당시 페이스북)를 공격했다. 이에 맞서 저커버그 CEO도 “우리는 임직원들에게 안드로이드 사용을 권장했다. 그것이 세계에 가장 널리 퍼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라며 아이폰 불매를 조장했다.